코스피 사상 최고치 행진에 목표주가 줄상향…상장사 77% 목표가 올랐다
남사웅
| 2026-06-22 09:36:08
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자 증권사들이 뒤늦게 목표주가를 올려 잡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종목은 보고서가 나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목표주가가 두 배 가까이 뛰면서, 증권사 목표가 산출이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목표주가를 제시한 267개 종목 가운데 지난해 말보다 목표주가가 오른 종목은 206개로 집계됐다. 전체의 77%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면 목표주가가 하향 조정된 종목은 61개로 23%에 그쳤다. 코스피가 반도체 기업의 이익 모멘텀 등에 힘입어 올해 들어 115% 급등하면서 목표주가 상향 조정도 잇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올해 1월 22일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2월 25일에는 6,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지난달 6일과 15일 각각 7,000선과 8,000선을 넘어섰고, 이달 18일에는 9,000선마저 돌파했다.
올해 목표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종목은 대우건설이었다. 대우건설의 평균 목표주가는 지난해 말 4천400원에서 이달 3만4천원으로 673% 상향 조정됐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로 재건 수요 증가 기대감이 커진 데다, ‘팀 코리아’의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원전 관련 모멘텀이 부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우건설 목표가를 올리며 "최근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로 대우건설은 첫 해외 원전 레퍼런스를 확보했다"며 "향후 체코 테믈린 추가 원전, 베트남 닌투언 원전 등 후속 파이프라인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목표주가 상향 폭이 컸던 종목은 삼성전기였다. 삼성전기 목표주가는 올해 들어 30만1천571원에서 184만8천600원으로 513% 뛰었다. 인공지능용 MLCC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SK하이닉스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목표주가가 36만3천원에서 140만1천429원으로 286% 상향되며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주가 급등에 따른 지분가치 상승 기대가 반영됐다.
SK하이닉스 역시 AI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기대감으로 목표주가가 75만6천231원에서 283만5천원으로 275% 올랐다. 이어 두산테스나, RFHIC, LG이노텍, 삼성전자, 대덕전자 등도 목표주가 상향 폭이 큰 종목으로 꼽혔다.
목표주가 상향의 배경에는 실적 전망치 개선이 자리하고 있지만, 실제 주가 상승 속도가 이를 크게 앞지르면서 증권사들이 실적보다 주가 흐름에 맞춰 목표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종목은 짧은 기간 안에 목표주가가 여러 차례 큰 폭으로 조정됐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1일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70만원에서 102만원으로 올렸다. 당시 목표가 상향 직전 거래일 종가는 이미 기존 목표주가를 웃돌고 있었다.
이후 메리츠증권은 같은 달 20일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160만원으로 다시 올렸다. 이때도 이미 7일 전 종가가 기존 목표가를 넘어선 상태였다. 이어 같은 달 27일에는 190만원, 이달 4일에는 210만원으로 추가 상향했다. 한 달여 만에 목표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대신증권도 지난 4월 27일 SK스퀘어 목표주가를 76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린 뒤, 5월 24일 150만원으로 상향했다. 이어 이달 18일에는 다시 187만원으로 높였다. 같은 기간 SK스퀘어 주가는 78만9천원에서 170만원으로 116% 급등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목표가 줄상향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 주가가 기존 목표가에 도달할 경우 추가 상향이 사실상 불가피한 업계 관행이 최근 현상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상장기업들이 기업금융 사업의 잠재 고객사인 만큼, 애널리스트가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투자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거론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의 주된 수익원이 브로커리지인 만큼 애널리스트들이 매수 리포트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현 주가가 기존 목표가에 도달했는데도 추가 상향하지 않으면 사실상 고객들에게 매도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목표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오르면서 목표주가 역시 빠르게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현 주가가 단기 고점일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사 리포트를 보고 뒤늦게 매수했다가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증권사별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간 괴리율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괴리율이 큰 증권사나 매수 의견 비중이 과도한 증권사에 대한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이 신뢰할 만한 리포트를 가려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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