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책임 부담과 민원에 움츠러든 교실…초등교사들 “보호 장치 필요”

신현준 기자

kyu0406@naver.com | 2026-05-28 17:31:59

초등교사 절반 이상 사직 고려…85.8% “아동학대 피소·신고 불안”
법적 책임 부담에 교사들 위축…국가소송책임제 대안 거론
법과 제도 보호 못 받는 교권…결국 학생 교육권 위축 우려

▲ⓒ뉴시스

“모호한 정서적 학대 기준으로 정당한 교육활동마저 고소의 빌미가 되는 현행 아동복지법을 실질적으로 개정하라.”

“교육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한 교사의 형사·민사 책임을 제한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라.”

이는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스승의날을 맞아 3대 요구를 발표했다. 교사들은 법과 제도의 공백 속에서 교육활동의 책임이 개인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강석조 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의 발언은 이 같은 교육계의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강 위원장은 교육당국과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로 동료 교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제도적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건은 2022년 강원 속초시에서 발생한 현장체험학습 사고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졌고, 인솔 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강 위원장은 당시 간담회에서 “현장체험학습은 필수가 아니다. 학생들과 함께 경험하기 위해 가 주는 것”이라며 “나는 1년에 8번씩 현장학습을 갈 정도로 열정적이었지만, 2년 전부터 현장학습을 보이콧해왔다”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는 예측하기 어려운 안전사고까지 교사 개인의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현실이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안전사고 책임에만 그치지 않는다. 교사들은 법적 책임 부담과 함께 일상적인 민원 대응까지 떠안고 있다고 호소한다.

강 위원장은 “짝꿍을 바꿔달라”, “멀리 가서 멀미를 하게 만드느냐”는 요구부터 “학생 사진을 200장 찍어줬는데 왜 우리 아이는 5장뿐이냐”, “우리 아이 표정이 왜 어둡냐”는 항의까지 받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 민원을 학교나 교육청이 막아줄 수 있느냐”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 김씨(31) 역시 “서이초 사건 이후 무분별한 민원을 줄이기 위한 여러 대책이 나왔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라며 “여전히 많은 교사가 학부모 민원을 의식해 적극적인 수업과 체험 활동을 망설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발표한 ‘교사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교사의 85.8%가 아동학대 피소 및 신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최근 1년간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초등교사는 57.6%에 달했다.

사직을 고민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악성 민원이 68.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80.3%는 민원대응시스템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교육당국의 정책 추진에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없다고 답한 비율도 87.5%에 달했다.

교사들이 문제 삼는 핵심은 정당한 교육활동과 책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기준이 모호해 훈계·분리·제지 등 생활지도까지 신고나 고소의 빌미가 될 수 있고, 현장체험학습 등 교실 밖 활동에서 발생한 사고도 교사 개인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법과 제도가 교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수학여행, 현장학습, 체육활동 등 다채로운 교육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교육활동을 최소화하게 되면, 그 피해는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잃게 되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현장체험학습 위축 근본대책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뉴시

교육계에선 교권 보호를 위한 법적 보호장치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 면책권 강화와 국가소송책임제 도입 등을 포함한 교권 보호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이른바 '5대 과제'를 제시했다. 

5대 과제엔 ▲중대 교권 침해 학생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교권 소송 국가책임제 전면 도입 ▲악성 민원 맞고소제 의무화 ▲아동복지법상 정서학대 조항 명확화 ▲아동학대처벌법상 무혐의 시 검찰 불송치 등이 담겼다.

한편 전승혁 전교조 부위원장은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을 준비할 때 수많은 안전 계획을 세우지만, 아무리 준비해도 모든 돌발 상황을 100% 막을 수는 없다”라며 “교육부와 국회는 학교 안전사고의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지금 당장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동학대 관련 법 개정이 아동 보호의 후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되, 실제 아동학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관련 법 개정 논의에서는 정당한 교육활동의 범위와 교사 책임 제한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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