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영 칼럼] 말년병장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

구헤영 논설위원

| 2026-04-13 16:13:08

이 말은 군대에서 전역을 앞둔 병사에게 흔히 하는 농담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 속뜻을 알게되면 결코 가볍지 않은 말임을 알 수 있다. 이제 곧 끝이라는 해방감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라는 생생한 경고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대 뿐만 아니라 공직이나 회사, 학교 등에서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에게도 통용되는 말이기도 한 것이다.


긴 세월 직장이나 조직에서 묵묵히 버텨온 사람일수록, 마지막 몇 년은 여유보다는 불안과 복잡한 감정이 교차할 수 밖에 없다. ‘이만하면 됐다’는 안도의 마음과 ‘이제 나를 대체할 후배들이 다가왔다’는 허전함이 동시에 밀려올 시기이므로 그때일수록 마음의 균형을 잃기 쉬워 말년에는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조심해야 할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실수 한 번이 그간의 모든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군대에서 말년에 사고나 규정 위반이 생기면 전역이 연기되듯이, 직장에서도 작은 구설이나 불찰 하나가 평생 쌓아온 신뢰를 깎아내릴 수 있다. '이제 곧 나가니까'라는 생각이 생길수록, 오히려 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둘째, 건강 관리가 최우선이다. 군인이 말년에 다쳐 전역이 미뤄지는 것처럼, 직장인도 마지막 시기 건강을 잃으면 퇴직 후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어려워진다. 무리한 업무나 과도한 직책보다는 규칙적인 생활과 안정된 컨디션 유지가 훨씬 현명한 준비다.


셋째, 끝까지 관계를 단단히 맺어두는 일이다. 말년에 괜한 꼬장이나 감정 섞인 언행으로 조직 구성원들과 갈등을 만들면, 퇴직 후에도 마음의 짐이 따라온다. 마지막 순간까지 인사는 정중하게, 그리고 훈훈한 미소 인상을 남기는 것이 진짜 품격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진짜 말년병장처럼 조용히 ‘잠만 자는’ 태도로 지낼 필요는 없다. 루틴을 유지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채워야 한다. 직장이나 조직 안에서는 일상의 일을 꾸준히 하되, 바깥 세상에서는 제2의 삶을 위한 준비를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다.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오래 미뤄둔 독서를 다시 꺼내도 좋다. 혹은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봉사활동에 가치를 두는 사람은 선교활동이나 섬김과 나눔활동을 시작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퇴직 후 나의 시간’을 현실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년은 끝이 아니라 전환점이다. 조직의 울타리 밖에서도 여전히 사회와 연결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치 있는 일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 출발선을 건강하고 단단하게 밟기 위해선, 마지막 순간의 노련한 조심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조심해야 할 나의 낙엽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구혜영 논설위원

현)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현) 정릉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위원장

전) 광진구복지재단 이사장

전) 여성가족부 소관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자원봉사론> 3판 저자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3판 저자

<그래서, 그래도 말단이고 싶다> 에세이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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