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수익성보다는 소비자 경험 확장에 의의
전문가 "신사업 성공 위해서는 정부·당국 지원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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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현대카드) |
[CWN 권이민수 기자] 애플페이·NFT(대체불가능토큰) 등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새롭게 도입한 신사업 성과가 신통치 않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신사업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의 변화를 이끌기는 쉽지 않아 정 부회장이 던진 승부수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애플페이 위크'를 진행한다.
애플페이 위크는 매달 마지막 주 진행되는 이벤트로 지정한 업종에서 애플페이로 결제 시 특별한 혜택이 제공된다.
이번 달은 외식·커피·제과·디저트 업종이 대상이며, 현대카드 앱에서 이벤트에 응모한 후 9월 1일까지 해당 업종에서 1회 이상 결제하면 애플페이 위크에 참여할 수 있다. 이벤트에 참여한 회원 중 추첨을 통해 10명에게는 경품을, 나머지에게는 최대 1만원의 랜덤 캐시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같은 이벤트 진행의 배경으로 식어버린 애플페이에 대한 관심이 거론된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3월 애플페이를 처음 도입했다. 초반에는 3월 한달간 35만명에 달하는 신규 카드발급과 20만300여명의 회원 수 증가를 달성하며 흥행이 기대됐다. 그러나 관심은 금세 꺼졌다.
여심금융협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현대카드의 전체 회원 수는 1173만4000명으로, 신한카드(1429만6000명)와 삼성카드(1272만8000명)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업계 판도를 바꾸진 못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쪼그라 들었다.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 1562억 원의 별도 순이익을 거뒀다. 작년 상반기(1570억 원) 대비 0.5% 감소한 수준이다. 신한카드(3786억원, 24.2%↑), 삼성카드(3616억원, 25.5%↑), KB국민카드(2611억원, 34.9%↑) 대형 카드사 순이익이 두 자릿수를 거둔데 비교하면 신사업 추진에도 현대카드 실적은 초라하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는 아직 국내 기반 세팅이 너무 안 된 상태였어서 현대카드의 제반 비용 지출이 너무 큰 거 같다"고 했다.
애플페이는 EMV 규격을 적용한 컨택리스 방식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만 지원한다. EMV는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 등이 제정한 IC카드 표준 규격이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주로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방식을 쓰다 보니 애플페이용 결제 단말기가 따로 필요하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소상공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100억원 가량을 투입해 NFC 단말기 무상보급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애플페이 가맹점은 약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도 현대카드의 발목을 잡는다. 애플페이의 대표적 경쟁자인 삼성페이는 수수료 무료인 반면에 애플페이는 0.15%의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제휴사 지급수수료는 전년 대비 82.6%(2273억원)나 증가한 502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참여가 필요할 거 같다"면서 "올해 초 몇 카드사에서 제안서를 애플페이 측에 보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실제 참여까진 아직 이어지지 않은 거 같다"는 말도 남겼다.
지난 14일 KB국민카드가 애플페이 개발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렸다가 하루 만에 삭제하면서 애플페이 참여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관해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로 인해) 해외 결제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히면서 "애플페이는 수익도 수익이지만, 우리나라에 글로벌 결제 표준인 EMV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현대카드 관계자 역시 지난해 호실적 배경에 대해 애플페이 도입이 영향 덕분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영향은 없었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NFT 시장에서도 고군분투 중이다.
NFT 사업은 한때 카드업계의 신사업으로 주목받기도 했으나, NFT 사업에 발 빠르게 나섰던 신한카드가 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다른 카드사들도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현대카드와 BC카드 단 2곳만이 NFT 시장에 남은 상태다.
현대카드는 올해 초 멋쟁이사자처럼과 함께 합작 법인 '모던라이언'을 설립해 NFT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 ‘KONKRIT(콘크릿)’을 개발했다.
슈퍼콘서트와 다빈치모텔 등 현대카드가 매년 개최하고 있는 문화 공연 행사에도 NFT 기술을 적극 적용 중이다. 전량 NFT로 발행된 공연 티켓은 암표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수익성보다는 현대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자산과 결합해 소비자 경험을 더욱 확장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다만 외부 평가는 온도차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신사업에 눈을 돌린다는 것은 그만큼 카드업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기 때문"이라며 "사업 기회를 수익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다 보니 추후 규제나 제반 환경 등이 맞춰지면서 수익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당장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카드 NFT 사업 도입 배경에 대해 정통한 한 관계자 역시 "정태영 부회장이 관심을 갖고 추진한 사업인 만큼, 포기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대카드의 NFT 사업은) 계륵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는 카드업계의 신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이 신사업을 하고 싶어 하고 준비도 많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금융당국에서 카드사의 사업다각화를 위한 규제를 잘 풀지 않는 게 문제"라며 "카드사들이 카드론으로 수익을 늘리는 이유는 그만큼 할 수 있는 사업이 마땅히 없어서"라고 했다.
이어 "혁신금융 사업 지정이나 허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대로 말하면 정부 지원이 뒷받침하지 않고서는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이나 NFT 사업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벅차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나오는 이유다.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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