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챗 사용자, 차단 계정 복구 위해 '자필 사과문' 작성한다

고다솔 / 2022-11-14 15:19:08

해외 매체 레스트 오브 월드가 중국 최대 규모 커뮤니케이션 앱 위챗 계정 금지 후 자필 사과문을 게재해야 했던 어느 한 학생의 사례를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중국 학생 에릭(가명)의 계정 정지 사유는 천안문 광장 사태를 언급한 게시글 작성이었다. 에릭의 계정은 게시글 게재 후 단 몇 시간 만에 정지됐다. 그는 “텐센트에 500자로 안전한 SNS 플랫폼 공간을 위해 법률을 위반하지 않겠다는 내용과 함께 자필 사과문을 보내야 했다. 또, 사과문 마지막에는 텐센트 팀의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서비스 제공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인사도 남겨야 했다”라고 밝혔다.

에릭은 텐센트 측에 자필 사과문과 중국 신분증 사진을 함께 보낸 뒤 계정을 복구할 수 있었다.

에릭은 계정 복구 후 “위챗에서 천안문 사태를 언급한 것을 후회한다. 텔레그램이나 시그널처럼 안전한 채널을 이용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중국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잘못을 일깨우도록 할 때 혹은 공안이 범죄 용의자에게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반성하라고 요구할 때, 자필 사과문 작성을 지시한다. 하지만 매체는 최근 들어 위챗과 웨이보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자필 사과문 작성을 명령하는 사례가 중국 주민의 일상 속 모든 활동과 연결된 SNS 계정을 볼모로 삼아 기업이 주민을 대상으로 독점적 권력을 행사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위챗은 음식 배달과 택시 호출, 식료품 구매 비용 결제, 정부가 승인한 코로나19 QR 코드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위챗 계정이 정지된다면, 사회적 네트워크와 디지털 지갑, 기본 사회 복지 접근 기회까지 모두 잃게 돼, 최대한 계정 복구를 시도해야 한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위챗 계정 정지 후 자필 사과문을 작성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위챗은 시진핑 반대 시위 현장 사진을 공유한 계정을 무더기로 정지했다. 계정이 정지된 이들 모두 지인과의 연락 수단과 경제 활동, 사회 복지 접근 기회를 모두 잃게 되었다. 결국,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자필 사과문을 작성하면서 계정 복구를 간청했다.

억울하게 계정이 정지된 사례도 있다. 중국 쓰촨성에 거주하는 21세 대학생 시안 징징(Xian Jingjing)은 누군가가 자신의 위챗 계정을 해킹한 뒤 스팸 메시지를 올렸다가 계정이 정지되었다. 시안이 텐센트 고객 서비스팀에 해킹 후 계정 정지가 된 것을 문의하자 자필 사과문을 올리라는 답변만 받았다. 시안은 동네 상점에서 식료품 구매 비용을 결제하지 못하게 된 탓에 일상생활을 위해 자필 사과문과 신분증 사진을 함께 올릴 수밖에 없었다.

후베이성에 거주하는 22세 여성 웬웬(가명)은 채팅 그룹에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올린 뒤 계정이 정지됐다. 위챗은 웬웬의 게시글이 프라이버시 위반 사항이라고 통보했다. 웬웬도 계정 복구를 위해 자필 사과문을 작성해야 했다.

자필 사과문을 작성한다고 해서 정지된 계정을 복구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계정 복구를 위해 자필 사과문을 작성해도 위챗 팀에 자필 사과문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베이징 시위 사진을 공유한 뒤 위챗 계정이 정지된 어느 한 사용자는 위챗에 자필 사과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웨이보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면서 계정 복구를 요청해야 했다.

위챗 이외에도 웨이보와 알리바바의 중고 마켓플레이스 씨앤위(Xianyu)도 정책 위반 사항으로 계정이 정지되면, 해당 계정 주인에게 자필 사과문 작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위챗 검열 문제를 연구한 토론토대학교 시티즌랩(Citizen Lab) 연구원 로터스 루안(Lotus Ruan)은 “위챗의 자필 사과문 요구는 검열 시행 책임을 개인 사용자에게 돌리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또, 시티즌랩 연구팀과 사용자 모두 언급한 바와 같이 위챗 계정 정지 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큰 불편함이 발생하므로 많은 사용자가 위축돼, 위챗에서는 정치 관련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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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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