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엿보기] 일본 대지진 괴담 후 1년…한반도는 괜찮은가

김병묵 기자

bravokbm@naver.com | 2026-06-01 15:29:23

일본 지진조사위 "30년 내 60~90% 이상"…학계 셈법 논란 속 우려 가중
한반도까지 800㎞, 강 건너 불 아니다…"이미 영향권 안"
▲ⓒAI 제작

다시 여름이 돌아왔고, 일본은 여전히 불안 속에 흔들린다. 작년 이맘때 쯤 일본 출장을 앞두고 접했던 '대지진 괴담'이 다시 떠올랐다. 생소했던 '난카이(남해 : 南海)'라는 단어 처음 알았고, 급기야 '예언설' 동영상도 내 알고리즘에 떠올랐다.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

지난해 8월 규슈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일어난 뒤, 일본 기상청이 사상 처음 '난카이 트로프(南海 トラフ) 임시정보-거대지진주의'를 발령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후 도카라(吐噶喇) 열도에선 열흘 사이 1000회에 육박하는 군발(群發)지진이 관측됐고, 올 들어선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마저 결을 바꿨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는 지난해 30년 내 난카이 해곡 거대지진 발생 확률을 종전 '70~80%'에서 '80%'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9월, 12년 만에 셈법 자체를 다시 짰다. 새로 내놓은 확률은 '60~90% 정도 이상'과 '20~50%' 두 가지였다. 단일 수치만 제시해온 관행을 깬, 이례적 발표였다.

셈법 논란, 불안은 그 자리에

수치의 폭이 넓어진 데는 까닭이 있다. 기존 '80%'는 에도(江戶) 시대 시코쿠 고치(高知)현 무로쓰(室津) 지역의 고문서를 바탕으로, 지진 당시 지형 융기와 발생 간격에 주목한 '시간 예측 모델'에서 나온 값이었다. 그러나 사료 해석이 불명확하고, 해당 지역에 토목 공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거론되며 학계의 의구심이 누적됐다.

지진학계 일각에선 다른 해역과 동일하게 '단순 평균 모델'을 적용하면 확률은 20% 안팎으로 떨어진다는 견해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방재 예산과 행정 편의를 위해 시간 예측 모델이 유지돼 왔다는 비판도 따라붙는다. 결국 일본 정부는 두 모델의 결과값을 병기하는 '절충안'을 택한 셈이다.

수치는 갈렸지만 메시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진조사위원장인 히라타 나오시(平田直) 도쿄대 명예교수는 발표 당시 "지진 발생 확률은 매년 상승해, (난카이 대지진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일본 정부가 추산한 최대 인명 피해는 약 29만8000명. 경제적 손실 추산치는 일본 명목 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292조 엔에 달한다.

한반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다. 난카이 해곡과 한반도 남해안 사이 거리는 가까운 곳이 500㎞, 멀어야 1000㎞ 안팎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진앙(震央)이 한반도와 1200㎞ 떨어져 있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난카이는 분명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미 신호는 잡혔다. 지난해 8월 규모 7.1의 미야자키 앞바다 지진 당시, 우리 남해안 일대가 위아래로 1㎝가량 이동한 것이 관측됐다. 미얀마 규모 7.7 지진의 저주파 에너지가 1000㎞ 떨어진 태국 방콕의 고층 건물을 흔든 사례도 멀지 않다. 지진의 규모가 클수록 저주파 성분이 강해져 멀리, 그리고 높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저층 건물보다 고층 건물이, 단단한 지반보다 매립지·연약 지반이 더 민감하게 흔들린다. 부산·울산을 비롯한 동남권은 물론, 수도권 초고층 빌딩과 원전(原電) 밀집 지역까지 검토 범위에 들어와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까닭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내 규모 5.0 이상 지진의 빈도가 늘었다는 분석은, 우리 지각(地殼)이 일본의 흔들림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일본의 셈법이 다시 쓰일 동안, 우리의 내진 설계 기준과 쓰나미 대비 매뉴얼, 동남권 원전과 초고층 건축물의 안전성 점검은 어디까지 진척돼 있는가. 흔들리는 열도를 바라보며,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향해 대비에 대한 자문을 던져야 하는 시점일 수도 있다.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난해 7월 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난카이 해곡에서 한반도까지의 거리는 남부 가까운 곳이 500㎞, 전역이 1000㎞"라며 "규모 8.0에 이르는 지진이 발생하면 저주파 에너지가 나와 한반도 전역에 있는 고층 건물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아로 밝힌 바 있다. 

그는 또한"만약 규모 7.1 지진의 1000배에 달하는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하면 이론적으로 계산해도 한반도가 30㎝ 흔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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