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키파운드리, 첫 희망퇴직 실시…인수 1년 만에 영업익 적자 전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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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뉴시스 |
[CWN 소미연 기자]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은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SK키파운드리를 통한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 두 자회사 모두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두고 해외 법인을 가동해 각각 중국, 북미 공략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미리 준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다는 게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의 각오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최근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 현지 파운드리 합작사를 함께 세운 우시 지방정부의 투자회사 우시산업발전집단(WIDG)에 사업 지분 절반가량을 넘기기로 했고, SK키파운드리는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두 회사가 지난해 나란히 적자를 기록한데다 주력 제품인 8인치 웨이퍼(반도체 원판) 시장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사업 축소를 위한 재편 작업의 일환이 아니냐는 물음표가 따라 붙었다.
공교롭게도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사업 점검 및 최적화)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때문에 적자 행진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SK키파운드리의 실적 부진이 뼈아프다. 경영난으로 매각했다가 18년 만인 2022년 5758억원을 들여 다시 인수한 기업이 바로 SK키파운드리다. 이로써 생산능력은 2배 확대됐지만 지난해 영업손실 6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8% 줄어든 5221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도 2021년 6999억원에서 2022년 1743억원, 2023년 312억원으로 매출이 계속 줄면서 지난해 1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회사 측은 '적자'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주(M8 공장) 장비를 중국으로 넘긴 이후 우시 법인에서 발생한 매출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앞서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 수요 대응을 위해 관련 장비를 모두 우시로 이설해 2022년 상반기 작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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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시스템IC 중국 우시 공장. 사진=SK하이닉스 |
파운드리 사업 재편설에 무게가 실리는데 대해 SK하이닉스와 각 회사는 고개를 젓고 있다. 지분 매각은 합작사 설립 계약에 따른 수순으로 중국 내 사업 확대를 기대할 수 있고, 희망퇴직은 조직 분위기 쇄신 및 인적 역량의 순환 차원으로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경우 지분 처분 목적을 '사업구조 개선 및 중장기 성장 기회 모색'이라고 공시에서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통상 중국 시장에 진출할 경우 현지 기업과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추진되는데 우시 법인도 같은 절차를 밟았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WIDG는 각각 지분 매각, 유상증자를 거쳐 지분율 50.1%, 49.9%로 조정할 계획이다. 이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법인 운영권을 유지하고 현지화 전략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있다. 소속 직원들의 고용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경우 장비 이설을 위해 중국으로 파견된 직원들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직무 성격상 국내 복귀가 어려운 실정이다. 모회사인 SK하이닉스로도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사실상 WIDG 소속으로 중국에 남거나, 동종업계로 이직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에 대한 불만이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SK키파운드리도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순수 희망자 대상으로 퇴직 신청을 받는다지만 신청자가 저조하면 인위적인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지난 9일 회사 내 공지된 내용에 따르면 만 45세 이상 사무직, 만 40세 이상 전임직(생산직)이 신청 가능하다. 한 달간 접수를 받는다. 다만 퇴직자 규모는 미정으로 남겨뒀다. '내부 동요는 없다'는 회사 측 설명과 달리 직원들의 눈치보기가 시작됐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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