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부 정면충돌…세운4구역 개발 향방은?

신현준 기자 / 2025-11-11 16:45:41
김민석 총리 "매우 근시안적 판단" VS 오세훈 시장 "공개토론 제안"
▲종묘 앞 세운4구역에 개발하는 것을 두고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정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와 정부·문화체육관광부가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종묘 경관을 훼손할 수 있는 개발”이라고 공개 비판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묘의 가치를 높이는 사업”이라며 즉각 반박하면서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김 총리는 10일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김경민 서울대 교수, 신희권 ICOMOS 사무총장 등과 함께 종묘 현장을 찾았다. 

답사 과정에서 김 총리는 세운4구역 개발로 예정된 고층 건물의 높이를 직접 거론하며 “종묘 앞이 벽처럼 막히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서울시 방식은 K관광 부흥 흐름에도 역행한다. 국익적 관점에서 매우 근시안적 판단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총리는 "종묘 인근에 우리가 꼭 개발하더라도 문제는 국민적인 토론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며 "문화냐 경제냐의 문제도 아니고 문화를 지킬 뿐만 아니라, K관광이 부흥하는 시점에 있기 때문에 문화와 경제의 미래를 모두 망칠 수도 있는 결정을 지금 하면 안 된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이 문제에 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오 시장은 “가신 김에 종묘만 보고 올 게 아니라 세운상가 일대를 모두 둘러보시길 권한다”라며 “수도 서울의 중심이라 할 종로가 현재 어떤 모습인지, 이대로 방치하는 것이 과연 종묘를 위한 일인지 냉정한 눈으로 봐주시길 요청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듭 말씀드리지만,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사업은 종묘를 훼손할 일이 결단코 없다”라며 “오히려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높여 더 많은 분이 종묘를 찾게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을 통해 종묘 맞은편부터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더불어 “정부가 이 내용은 무시한 채, 중앙정부가 나서서 일방적으로 서울시를 매도하고 있어 유감”이라며 “소통은 외면하고 정치적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중앙정부가 할 일은 아닐 것이다. ‘국무총리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라고 덧붙였다.

▲현 세운4구역의 모습 ⓒ뉴시스

이번 갈등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지난 2023년 오 시장이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하면서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 구상이 부활했고, 같은 해 서울시의회가 ‘서울특별시 문화재보호조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중앙정부와의 충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문체부와 문화재청은 “조례 개정 과정에서 문화재청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대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로써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갈등에 불씨가 붙었다.

서울시는 법적 판단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 건물 높이를 대폭 상향하는 변경 고시를 발표하며 사실상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 종로 변 55m, 청계천 변 71.9m였던 높이 기준을 종로 변 101m, 청계천 변 145m로 완화한 것이다. 

이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6일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조례 개정 시 문화재청장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법령 우위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라며 서울시의 개정 조례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7일 종묘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금 권한을 가졌다고 마음대로 하겠다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며 서울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이 정도라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립은 과거 청계천 재개발 사례와도 겹친다. 당시에도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 이견이 있었으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설득 끝에 정부 동의를 얻어 사업을 추진했다. 이번 사안 역시 최종 조정권과 선택은 중앙정부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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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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