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에도 재범률 40%대…상습 음주운전 왜 못 막나

신현준 기자 / 2026-05-21 11:34:09
10년째 제자리걸음인 재범률, "안일한 인식이 원인“
'차량 몰수'부터 '보호관찰'까지…대응 수위 높이는 당국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사범과 사망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범률은 10년째 40%대에 머물러 처벌 강화만으로는 반복 음주운전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이른바 ‘윤창호법 1호 연예인’으로 알려진 배우 손승원이 또다시 음주운전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받으면서 상습 음주운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사범과 사망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재범률은 10년째 40%대에 머물러 처벌 강화만으로는 반복 음주운전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씨는 지난해 11월 만취 상태로 강변북로를 약 2분간 역주행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인 0.08%의 두 배를 넘는 0.165%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5일 결심공판에서 손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앞서 손씨는 2018년 음주운전 사고로 구속기소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 등으로 2019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번 사건까지 포함하면 손씨의 음주운전 적발은 다섯 번째로 알려졌다.

상습 음주운전은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을 넘어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회 전반에서 재범 방지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강화 논의는 2018년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윤창호씨 사망사고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던 윤씨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면서, 국회는 음주운전 인명 피해에 대한 처벌 수위와 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소위 ‘윤창호법’을 마련했다.

현행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11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단속 기준도 강화됐다.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은 기존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낮아졌고, 면허취소 기준도 0.10%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됐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적발 기준을 촘촘히 한 것이다.

이후에는 실제로 음주운전 사범과 음주운전 사망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음주운전 사범은 11만7091명으로, 2015년 24만3100명과 비교해 52.9% 줄었다.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도 2020년 287명에서 2024년 138명으로 감소했다. 4년 사이 149명, 약 51.9% 줄어든 수치다.

문제는 재범률이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약 42~45%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2024년 재범률도 43.84%로 집계됐다. 전체 음주운전 사범은 줄었지만, 한 번 적발된 운전자가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구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검찰청이 지난해 12월 말에 발표한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종합 대책 시행' 자료 중 음주운전 단속 및 재범률 현황 ⓒ대검찰청

손 씨 사례와 최근 재범률 통계는 상습 음주운전이 여전히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음주운전자들이 음주 후에도 “괜찮다”라고 판단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 반복성이다.

이 같은 안일한 인식은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음주운전 교통안전교육 수강생 1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음주운전을 한 이유로 ‘대리운전이나 대중교통이 없어서’가 20.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술을 마신 뒤 시간이 지나 술이 깼을 것으로 판단해서’ 20.4%, ‘집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거나 멀어서’ 18.1%, ‘술을 몇 잔 안 마셔서’ 12.1% 순이었다.

음주운전이 범죄라는 인식보다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여기는 태도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이 반복 음주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창호법 시행으로 혈중알코올농도 기준과 처벌 수위는 강화됐지만, 재범 억제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검찰과 경찰은 재범 차단을 위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양 기관은 2023년부터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음주운전 엄정대응 방안’을 시행해 왔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3년 7월 1일 제도 시행 이후 2025년 11월 30일까지 음주운전 차량 총 349대가 몰수됐다.

최근에는 차량 압수·몰수 기준도 강화됐다. 동종 범행으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음주운전을 한 경우, 최근 5년 내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거부 전력이 있는 사람이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 상태로 재범한 경우 등이 기준에 추가됐다.

검찰은 법원의 선고형이 구형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대법원 양형기준상 특별가중인자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특별가중인자에는 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상 위험이 매우 높은 경우, 공무수행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 경우, 동종 누범 등이 포함된다.

상습·재범 음주운전자가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보호관찰명령과 함께 특별준수사항 부과도 적극 요청할 방침이다. 특별준수사항에는 일정량 이상의 음주 금지, 보호관찰관의 음주측정 요구 응낙, 정신과 치료 후 증빙자료 제출, 재범방지 교육 프로그램 수강, 대중교통 이용 현황 제출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음주운전 인원과 사망자는 줄었지만, 재범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처벌 강화가 음주운전 감소에는 일정 부분 효과를 냈지만, 상습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서는 차량 몰수와 보호관찰, 음주운전 방지장치, 인식 개선 교육 등 재범을 실질적으로 차단하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를 높이는 정책은 초범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상습적인 중독성 음주운전자를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입증됐다"라며 "차량 몰수와 같은 물리적 차단은 물론, 음주운전 방지 장치 부착 의무화, 치료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 등 다각적인 대안책이 병행돼야 확연한 재범률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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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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