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유, 너마저…” 기후플레이션이 숨통 조인다

조승범 기자 / 2024-05-14 04:59:47
폭염·가뭄 등 기후이상 여파, 국제 올리브價 두 배 상승
올리브유 수입 기업들, 판매가 30% 인상안 잇따라 발표
기후플레이션 대책 마련 필요하지만 기업들 예의주시만
▲ 13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올리브유가 판매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샘표는 이달 초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올리브유 제품 가격을 각각 30% 넘게 올렸다. 이는 이상 기후 탓으로 올리브 최대 생산국 스페인이 긴 가뭄에 시달리며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CWN 조승범 기자] 유럽산 올리브가 지속되는 가뭄과 기후 이상으로 수확량이 반토막이 나면서 국내 식품업계가 올리브유 가격을 30% 인상하고 나섰다. 기후 변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 등 자연재해나 극한 날씨 탓으로 농산물 생산이 감소하면서 먹거리 가격이 상승하는 ‘기후플레이션’(클라이밋플레이션·climateflation)가 현실화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대형마트 3사에서 판매되는 올리브유를 이달 초부터 33.8% 인상했다. ‘백설 압착올리브유’ 900㎖는 1만9800원에서 2만6500원으로 인상됐고 같은 제품 500㎖는 1만2100원에서 1만6200원으로 올랐다.

샘표도 올리브유 가격을 30% 초반 수준에서 인상했다. 샘표는 폰타나 올리브유 500㎖ 제품을 1만5100원에서 1만8240원으로 인상했다. 또한 동원F&B와 사조대림은 이달 안으로 올리브유 가격을 약 30% 올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스페인산 올리브유를 수입해 압착 올리브유를 생산·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CWN에 “식품업계는 국제 올리브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 올리브유 시세가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태”라며 “기업들은 소비자들 반응뿐 아니라 정부 가격인하 요청에 신경써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 변화라는 변수가 발생했으나, 앞으로의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기후플레이션이 워낙 거대한 아젠다이기 때문에 현재 국내 기업들이 구체적인 대책을 빨리 내놓는 것보다는 일단은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가격 인상은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이 2년 이상 가뭄에 시달리면서 올리브유 가격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그리스, 이탈리아, 포루투갈 등 올리브 주요 생산지인 지중해 국가들도 올리브 작황이 나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분기 국제 올리브유 가격은 톤당 1만88달러로 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 가격인 톤당 5926달러의 2배 이상 뛴 것이다. 2020년 1분기 가격은 톤당 2740달러였는데 4년 만에 3.6배 가량 올랐다.

기후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은 농산물은 올리브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스턴트 커피의 주재료인 로브스타 가격도 주요 생산지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가뭄에 시달리면서 1년 새 30% 이상 올랐다. 지난달에는 톤당 4100~4300달러 수준에 거래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카페인이 적고 향미가 좋은 아라비카 원두도 가격이 대폭 상승해 지난달 17일에는 톤당 5466달러에 거래됐다. 스타벅스 코리아를 비롯해 투섬플레이스, 이디야커피 등 커피 전문점에서 주로 사용하는 원두다.

이디야 관계자는 “현재 가격 상승 요인들을 내부적으로 흡수·방어하기 위해 유관부서에서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기후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으로는) 현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시기에 맞는 전략적인 수급을 통해 비용 상승을 최대한 방어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 코코아 가격도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도 지난해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크게 오른 바 있다.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의 가뭄이 극심했던 탓이다. 지난해 5월 톤당 3000달러 대였던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 10일 톤당 8891달러를 기록했다.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국제 코코아를 직수입하는 롯데웰푸드는 6월부터 가나초콜릿 등 17종 제품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사과와 김이 생산량이 부족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과연 기후플레이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CWN 조승범 기자
csb@cwn.kr

[ⓒ CWN(CHANGE WITH 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승범 기자

조승범 기자 / 산업2부

생활/유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뉴스댓글 >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