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를 계기로 세계가 저탄소 경제를 위한 논의를 지속하여 펼치고 있다. 저탄소 경제의 핵심으로 자주 언급되는 요소 중 하나는 청정 기술이다. 교통수단도 마찬가지이다. 세계는 대교통수단의 배출량을 감축하고자 전기차 보급에 힘쓰고 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보다 배출량이 훨씬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100% 친환경 교통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의 전자 폐기물 생성 문제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기차 배터리의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전기차 배터리의 환경 문제 해결 전략 5가지를 분석했다.
1. 채굴
배터리 원자재 채굴 과정은 하천 오염과 아동 노동 문제 등 환경, 인권 영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원료이자 희귀 금속인 리튬은 지하 퇴적물이나 대수층에서 추출한다. 지하 대수층은 다량의 염분을 함유한 지하수가 지표로 펌핑된 후 거대한 호수 크기의 웅덩이에서 증발한다.
이에, 프랑스 금속 기업 에라메트(Eramet)는 천연 광물 과립을 통해 물을 여과해 대수층으로 돌려주는 '나노필티션' 기반 대안을 실험 중이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진행 중인 프로토타입을 포함, 나노필티션 기반 대안 프로젝트에 2억 유로를 투자했다.
에라메트 전략·혁신 부사장 필립 건더만(Philippe Gundermann)은 리튬 채굴 작업이 업계 평균인 두 배에 달하는 90%의 수익률을 기록하지만, 순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리튬이 폐기된다는 점도 채굴 과정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르헨티나의 신규 나노필티션 기반 리튬 채굴 공장이 폐기 문제를 개선하고, 유럽 리튬 수요 15%를 충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2. 모듈 디자인 채택
그동안 전기차 개발 시 가장 간과한 문제 중 하나는 전기이다. 전기차 전환과 함께 2030년이면 총 1,200만 t 상당의 배터리 폐기물이 생성될 전망이다. 이에, 영국 스타트업 액셀레론(Aceleron)은 배터리 폐기물 문제를 완화할 전략으로 모듈형 디자인에 주목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부품인 음극과 양극, 분리기, 냉각 시스템, 퓨즈, 조립 하드웨어 모두 수명이 다르다. 따라서 액셀레론이 구상한 모듈형 디자인을 채택하면, 수명이 다한 부품만 수리하고 교체하기 수월해질 것이다. 동시에 배터리 사용 기간이 더 길어지면서 전자 폐기물 생성 수준도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다.
3. 에너지 저장소에서 재사용
시간이 지나면서 배터리 성능이 서서히 저하하기 시작한다. 결국,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만큼 주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영국 뉴캐슬 지역의 에너지 기업인 커넥티드 에너지(Connected Energy)는 낡은 전기차 배터리를 정지된 전력 저장 장치에 결합한다.
커넥티드 에너지 사장 매튜 럼스든(Matthew Lumsden)은 "전기차에서 사용한 배터리를 재활용해 에너지 저장소에 연결한다. 각각의 배터리는 컴퓨터 시스템에 연결돼, 온도 수준과 에너지 가용성을 확인하면서 충전 속도와 방전 속도를 관리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커넥티드 에너지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 산업 현장 12곳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한 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수개월 이내에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시설을 두 배로 늘리고자 한다.
커넥티드 에너지의 전략이 실제 환경 친화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도 찾아볼 수 있다. 랭카스터대학교 연구팀은 커넥티드 에너지의 저장 시스템이 생산하는 전력 1MWh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약 1,100t을 감축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4. 저에너지 제련 과정에 재활용
배터리 성능 수준이 재사용이 어려워질 시점이 될 때, 재활용 전략을 펼치는 것이 가장 좋다. 대다수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불에 붙이기 쉬운 만큼 휘발성이 높으면서 다른 배터리 주재료보다는 리튬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벨기에 제련 기업 우미코어(Umicore)는 구리·니켈·코발트 등 핵심 부품을 리튬 등 희귀원소를 함유한 농축액으로 녹여내는 재활용 시스템을 개발했다. 우미코어 대변인 마르조레인 쉬어스(Marjolein Scheers)는 "우미코어의 제련 과정은 배터리 자체의 에너지와 재료의 유기적인 부분은 제련에 필요한 온도에 도달하는 데 소모하는 에너지양은 기존 제련 과정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우미코어의 제련 과정은 충전용 배터리 소재의 전반적인 탄소 발자국을 낮추기 위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미코어는 연간 전기차 배터리 3만 5,000여 개를 재활용하는 등 세계 최대 규모의 재활용 능력을 갖추었다.
5. 배터리 여권 통한 투명성 확보
전기차 구매자가 차량 구매 시 주행 거리 이외에도 배터리 성능을 자세히 알 수 있다면 어떨까?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의 협동 프로젝트인 글로벌 배터리 동맹(Global Battery Alliance)은 이른바 '배터리 여권'이라는 이름으로 이르면 내년 말부터 차량 구매 단계에서 배터리 수명을 포함한 전반적인 성능 정보를 자세히 공개하도록 추진한다.
디지털 여권은 전기차 배터리 수명과 함께 배터리의 사회적, 환경적 위험 요소를 함께 공개한다. 글로벌 배터리 동맹 총괄인 안나 피에나르(Anna Pienaar)는 "배터리 여권을 자발적으로 도입한다면, 규제 당국이 환경적 영향과 인권 문제를 훨씬 더 쉽게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소비자는 더 많은 정보에 따라 구매할 차량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배터리 동맹에 가입한 대표적인 기업은 차량 제조사인 아우디(Audi)와 르노(Renault), 채굴 기업 글렌코어(Glencore) 등이 있다.
[ⓒ CWN(CHANGE WITH 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