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본 투표와 개표를 끝으로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출구조사부터 실제 개표까지 전례 없는 접전이 이어졌기에 모든 국민이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이렇듯 치열한 개표 상황을 전한 선거 방송에서 화제가 된 키워드가 있다면, ‘메타버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1991)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인 메타버스는 인터넷 기반의 가상세계이며 사용자들이 아바타를 만들어 거주하고 상호작용하는 환경을 말한다.
3월 9일 진행된 개표 방송뿐 아니라 대선 경선부터 시작해 선거 유세 기간에도 다양한 메타버스의 활용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제 20대 대통령 선거 기간에 메타버스가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지난해 중순부터 대선 경선 후보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중에서는 이낙연, 박용진, 이광재 당시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중에서는 원희룡 당시 후보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서 국민과 만남을 가졌다.
네이버제트에서 2018년 8월 출시한 제페토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아바타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며, 사용자들은 여러 가지 아이템을 활용해 자신만의 가상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각 후보 역시 본인의 맵을 꾸몄고, 박용진 당시 후보의 경우 가상세계 속에서 선거 캠프 출범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네 후보는 모두 각자의 유튜브 채널에, 직접 해당 공간을 체험해보는 영상을 올리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안철수 당시 후보는 지난 11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Town)’에서 폴리버스 캠프를 열고 맵에서 청년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 간담회를 했다. 게더타운은 화상회의 플랫폼에 메타버스 요소가 결합한 서비스인 만큼 참가자들 간의 활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안 전 후보는 해당 플랫폼을 통해 본인의 유튜브 생방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본 선거 직전에도 대선 후보는 MBN이 주최하는 ‘청년 공약’ 메타버스 대담에 참여했다. MBN은 언론사 최초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후보자 대담을 진행했으며, 맵은 고대 그리스의 광장인 ‘아고라’의 모습을 참고해 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7일에는 이재명 당시 후보의 대담이, 8일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담이 공개되었다. 각 영상에는 가상공간에 후보의 아바타가 등장하여 청중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개표 방송에서의 메타버스 활용 역시 화제였다. KBS, MBC와 같은 지상파 방송사, JTBC, TV조선과 같은 종편 방송사에서 모두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를 통한 개표 방송 생중계를 진행했다. KBS는 청중단을 미리 모집하여 실시간 개표 방송을 진행하고 현장을 KBS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하기도 했다. MBC는 4개의 스튜디오(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소수정당)를 두어, 참가자가 원하는 곳에서 개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JTBC도 가상공간 속 ‘컨퍼런스홀’에 아바타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하고, 실시간 개표 방송을 진행했다. JTBC는 특히, 360°로 촬영된 영상을 활용하여 3D 콘텐츠를 제작하는 ‘볼류메트릭(volumetric)’ 기술로 구현된 대선 후보의 아바타가 인터뷰를 하는 장면도 그려냈다. 마지막으로 TV조선은 ‘결정 2022 대선 카페’라는 이름을 내건 만큼 카페의 분위기로 스튜디오를 꾸몄다.
정치 관심도가 적은 유권자 층에는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메타버스’가 익숙지 않았던 기성세대에게는 새로운 선거 유세 및 개표 방송의 형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메타버스 활용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는 메타버스 뿐 아니라 AR, VR을 넘어서 VR과 AR을 아우르는 혼합현실(MR)을 망라하는 기술인 XR까지 동원되며, 여러 후보와 방송사는 시청자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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