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고위경영진 책임 한층 강화
금융투자상품 원금 손실 위험 있어...높은 수익에 원금 보장은 100%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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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용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 선임교수가 신간 '금융회사 내부통제제도 해설'을 들고 있다. 사진 = CWN |
[CWN 권이민수 기자] 올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에 따른 불완전판매와 100억원대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융권의 내부통제제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3일 책무구조도를 중심으로 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시행해 대규모 금융사고와의 전쟁에 나섰다. 그러나 새로 도입되는 법안에 대한 낯섦과 복잡한 내용 등으로 일부 업계 실무진은 궁금증과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한 친절한 금융권 선배가 있었으니, 바로 성수용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 선임교수다. 한국은행·은행감독원·신용관리기금 등에서 서울시 금융협력관·금융감독원 금융상품판매감독국장·대전충남지원장 등을 역임한 그는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현재 그는 금융연수원을 비롯한 다양한 현장에서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소비자를 향한 따듯한 시선이 담긴 강의로 금융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내부통제제도 매뉴얼이 필요한 후배들을 위해 '금융회사 내부통제제도 해설'을 출간했다. 책은 금융회사 내부통제제도의 이해와 운용을 위한 상세한 법령 해석, 선진사례, 참고자료 등을 집대성하고 있어 실무진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CWN 본사에서 기자는 성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다소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금융권 내부통제제도와 개정안의 내용을 그는 쉽고 재밌게 설명해 줬다. 그의 모습에서 기자는 금융에 대한 전문성과 열정, 수많은 강의로 다져진 노련함을 엿볼 수 있었다.
■ 올해만 해도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100억대 이상의 굵직한 금융사고가 연이어 일어나 논란인데, 매번 은행들이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하는데도 이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금융권에서 거액의 금융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이익 중심의 경영문화에 비롯된다.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부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사적으로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내부통제체계란 효과적인 내부통제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구조, 업무분장 및 승인절차, 의사소통‧모니터링‧정보시스템 등의 종합적 체계를 말한다. 이익 중심의 경영문화 하에서는 많은 인력과 비용이 수반되는 내부통제체계의 구축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 지난 7월 3일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시행됐는데 개정안이 시행되게 된 배경과 이유, 이전 법안과 크게 바뀐 점은 무엇인가?
- 지난 2019년 7조원 규모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가 일어나면서 이같은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장치인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금융소비자들이 가지게 됐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산업의 기반이 위태롭게 된다는 우려도 함께 재기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전문가 TF를 운영하게 됐고 지난 2022년 10월에 '은행·중소서민 내부통제 운영 개선과제'를, 2022년 11월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2023년 6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상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각각 발표했다. 이런 대책을 입법화한 것이 이번에 시행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다.
지금까지는 대규모 불완전판매나 거액의 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일탈행위를 한 당사자와 일부 관리책임자에게만 책임을 부과하고 이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금융회사 대표이사나 임원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제 금융회사는 대표이사와 각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를 필수로 작성하게 됐다. 그리고 책무구조도에 기재된 대표이사와 임원은 자신의 책임범위 내에서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내부통제기준의 적정성, 기준 준수 여부 및 기준의 작동 여부 등을 상시 점검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하게 됐다. 특히,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총괄 책임자로서, 전사적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각 임원의 통제활동을 감독하는 총괄 관리의무가 부여된다.
앞으로는 대규모 불완전판매나 거액의 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대표이사와 소관 임원은 해당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평소 어떠한 노력을 해 왔는지를 소명해야 한다. 만일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관리감독의 책임을 넘어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직접적인 책임을 물게 될 예정이다. 즉, 고위경영진의 책임 강도가 종전보다 한층 강화됐다고 보면 된다.
■ 이번 개정안을 포함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 추가되거나 수정 또는 보완됐으면 하는 내용이 있다면?
- 지난 2021년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시행됨에 따라서 금융소비자보호와 관련된 내부통제제도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규율하고 있다. 즉,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제도가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이원화된 상태다. 물론,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까지를 포괄하고 있어 법률 조항을 적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을 더욱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고위경영진에게 금융소비자보호를 소홀히 한 직접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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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용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 선임교수. 사진 = CWN |
■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외에 금융소비자보호법, 은행법 등에서도 내부구조를 다루는데 각 법이 다루는 내부구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의 경영전반에 대한 내부통제제도를 규율하고 있는 반면,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회사의 영업행위에 대한 내부통제제도를 규율하고 있다. 은행법 등 개별 금융업법에서도 해당 금융업권에 필요한 금융사고 예방대책 등을 규율하고 있다.
■ 신간에서는 해외 은행의 내부통제 모형도 소개하고 있는데, 국내 은행의 내부통제 모형과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국내 은행이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다면?
- 세계내부감사인협회(IIA)는 효과적인 내부통제체제의 수립을 위해 2013년 ‘3차 방어선 모형’을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2020년 7월 IIA는 기존의 3차 방어선 모형에서 '방어선'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그냥 '선(line)'으로 변경해 '3선 모형'으로 개선해 발표했다.
3선 모형은 내부통제의 일차적 책임이 제1선 조직인 현장에 있고, 제2선 조직이 전사적으로 내부통제활동을 수행하며, 경영진이 제1선과 제2선 조직을 총괄 관리하고 내부통제에 대한 결과와 조치사항을 지배구조(이사회·내부감시기구·감사위원회)에 상시적으로 보고하는 구조다. 독립적 내부감사 활동의 제3선 조직은 경영진과 지배구조와 상호 소통하게 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고위경영진과 이사회 등이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자라는 인식이 낮다. 내부통제업무를 하위에 위임한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다. 전사적인 내부통제활동이 미미한 실정이라서 각 조직들이 소관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의식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의 감사매뉴얼에는 내부통제의 수단 중 하나로 휴가정책(Vacation Policies)을 제시한다. 매뉴얼은 “은행의 모든 임원과 직원에게 연속 2주 이상 직무에서 벗어나는 휴가를 주도록 요구”한다. 미국의 은행들은 임직원의 수가 충분해 자리를 비워도 업무에 지장 생기지 않아 휴가를 주는 것이 아니다. 장기간 업무 배제를 받은 직원의 업무를 다른 직원이 수행하면서 혹여나 생길 수 있는 불법적인 업무를 적발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미국 FDIC의 휴가정책과 같은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명령휴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 1일이 기본이고 사고위험이 높은 직무 등에는 연 2일 또는 연3일을 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거액 금전사고가 발생한 사례들의 대부분이 이 짧은 명령휴가 마저도 몇 년 동안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부분들은 바뀔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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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용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 선임교수, 사진 = CWN |
■ 최근 ELS사태와 같은 불완전 판매나 사기, 개인정보 유출 등 소비자 피해를 동반한 금융사고도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이같은 금융사고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ELS사태와 같은 불완전판매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금융투자상품을 살 경우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손실이 날 수도 있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원금이 손실되면 안되는 경우에는 절대로 금융투자상품을 사면 안된다.
또 은행의 정기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주면서 원금도 반드시 보장해 주는 투자는 이 세상에 절대로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만일, 이런 주장을 누군가 한다면 100% 사기다. 그리고, 금융사기는 늘 지금 유행하는 것을 테마로 이용한다. 최근 암호화폐,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주장하면서 대박을 운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냥 사기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런 주장이 정말 사실이라면 강남 테헤란로나 여의도, 명동 등의 투자전문가들이 이를 놓쳤을 리가 없다.
■ 금융사고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 먼저, 해당 금융회사의 준법감시부, 소비자보호부 등에 민원을 내보길 추천한다. 만일 해결이 안되면 금융감독원에 정식으로 민원을 내시면 된다. 그러면, 금융감독원에서 이를 조사해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그 방법을 안내해 줄 것이다.
다만, 그 내용이 금융감독원의 행정권을 벗어나는 사안이라면 사법기관인 경찰이나 검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CWN 권이민수 기자
minsoo@cw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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