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미래교육재단 통해 과학교육 환경 조성, 적극 지원"
철도 지하화,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 기계금속단지 이전에 총력
미래 첨단 4차산업 일자리 중심지 '젊은 영등포'로 재도약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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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사진=CWN 강병현 기자 |
[CWN 정수희 기자]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지난 199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영등포구청에서 행정가로서의 첫발을 뗐다.
30여년 공직생활 중 서울시 정책비서관, 대통령실 행정자치비서관실 행정관을 거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획관리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 등 요직을 두루 지냈다.
경력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미래 과학인재 양성에 관심이 많다.
"미래 성장을 위해 과학에 투자해야 한다"며 "정부 예산 중 연구개발(R&D)이 차지하는 비중이 국가 성장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올해 초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4'와 Chat GPT 본사 'OPEN AI'를 방문하고 그 중요성을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
그만큼 최근 출범한 '영등포구 미래교육재단'에 거는 기대가 크다.
맹자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 스스로 체험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과학교육 환경을 조성해 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방자치 실현에도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공직 입문과 동시에 지방자치 30년 역사를 함께해 온 만큼 할 말이 많다.
"그간의 공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당면과제인 △경부선 철도 지하화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이전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 등에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미래 첨단 4차산업 일자리 중심지 '젊은 영등포'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CWN은 지난 8일 취임 2주년을 앞둔 최호권 구청장을 만나 그간의 구정 성과와 향후 역점과제 등 현안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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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S 2024' 일정 중 최호권 구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영등포구 |
■연초에 CES에 다녀오셨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구정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도 확인하셨는지.
- 맞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다녀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가전제품을 비롯 다양한 첨단기술의 상용화를 보면서 앞으로 AI가 거의 대부분에 적용되는 세상으로 발전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근무하면서 정부 R&D 예산 배분·조정하는 부처에도 있었는데 그때 지원했던 상당 부분의 연구 분야들이 실제로 기술로 개발되고 제품으로 상용화돼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걸 보니 굉장히 반갑고 뿌듯했다.
또 구정을 이끌어 가는 데 필요한 부분들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재개발·재건축을 하면 건물 짓는 것 못지않게 관리도 중요한데 에너지를 회수해서 재활용하는 기술이라든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접할 수 있었다.
■특별한 경험도 하셨다던데.
- 일정 중 샌프란시스코에 들렀다.
샌프란시스코는 도시 모토가 뭐든지 첫 번째로 시도한다고 해서 '시티 오브 퍼스트(City Of Firsts)'다.
무인자율주행 택시가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앱으로 불러 편리하고 운전사가 없으니 팁을 줄 필요도 없어 일반 택시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첨단기술이 실생활에 도입된 걸 실감했다.
또 생성형 인공지능인 Chat GPT를 만드는 OPEN AI 본사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어서 가봤는데 인상적이었던 건 인적 구성이다.
총 800여명의 직원 중 대부분이 중국계·인도계·미국계고 우리나라 출신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제껏 우리가 IT 강국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앞으로 AI가 지배하는 시대에 AI를 개발하고 미래를 이끌어갈 과학인재가 거의 없는 것 같아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과학인재를 길러야겠다는 마음에 조급해졌다.
■선견지명이 있으셨던 것 같다. 최근 '영등포구 미래교육재단'을 출범하셨는데 연관이 있지 않나.
- 그렇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없어 사람에게 투자해 산업화에 성공하고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육성이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해 2월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우리구를 '과학교육 특별구'로 조성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작년 3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영등포구 미래교육재단 설립 인가를 받고 10월에 영등포구의회에서 관련 조례가 통과되면서 예산을 반영해 올 1월 정식으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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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구와 국립과천과학관 간 업무협약식에서 최호권 구청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사진=영등포구 |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가실 계획인지.
-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과학 분야를 많이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과기정통부 산하 국립과천과학관 전시연구단장으로 일하면서 전시관 대부분을 4차산업 분야로 리모델링했다.
이와 연계해 작년 5월 국립과천과학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작년에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과학문화 바우처에 대한 예산을 편성해 지원한다.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연간회원권으로 언제든 전시관을 관람할 수 있다.
이렇게 과학관이나 여러 흥미로운 장소를 아이들이 경험하게 해주면 아이들 스스로 체험하고 상상하고 즐기면서 특기·적성을 찾게 될 것이고 과학인재로 클 수 있다.
또한 우수 과학인재를 선발해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를 방문하고 해외 선진 과학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미래 과학인재 양성 외에도 구민의 평생학습 지원과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육, 차별화된 영등포형 장학사업까지 그 기능을 확장해 영등포 교육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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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구 '2023 중장년·어르신 희망 취업박람회' 현장. 사진=영등포구 |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 경기가 어려울수록 우리구는 일자리 정책에 집중한다. 일자리는 생계 수단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복지이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의 재도약을 위한 취업 박람회와 일자리 희망 플랫폼, 구직자 역량강화 등을 통해 가시적 성과도 거뒀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해 하반기 (OECD 비교기준) '15~64세 고용률' 74.0%, '여성 고용률' 67.2%로 2개 부문에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고용률 역시 1위를 차지해 작년 상·하반기 연속으로 서울시 자치구 1위의 쾌거를 이뤘다.
민생경제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청년들의 취·창업을 위한 역량강화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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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등포구에서 조성한 맨발 황톳길 이용안내판. 사진=영등포구 |
■구민 건강을 위한 정책도 있나.
- 지난해 맨발 황톳길을 조성해 반응이 좋았다. 주민들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이용률도 높아 권역별로 확대할 계획이다.
'꽃의 도시, 정원 도시 영등포' 조성도 추진해 도시 품격을 높이고 주민들 발길 닿는 곳곳에 문화와 여가, 휴식이 함께하는 도시로 만들 것이다.
■30년 넘게 공직에 몸담아 지방자치에 대한 견해도 남다르실 것 같다.
- 30여년 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나서 중앙부처를 지원하지 않고 서울시를 지원했다. 서울시 초임 사무관들은 구청에 3년씩 발령을 내는데 그 첫 번째 발령지가 바로 영등포구청이다.
당시 우리나라가 중앙집권시대를 끝내고 지방자치제로 가기로 결정했던 시기다. 우리나라가 선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앙 내지 도시 수준과 지방의 수준을 같이 끌어올려야 명실상부 선진국가가 된다는 생각에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자체를 택했다.
이제 지방자치제를 시행한 지 30년이 지났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간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이 뭔지,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하면 될지 정리해 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의 대표적인 성과로는 서울시 버스 중앙차로제와 환승 무료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방자치 시행 후 지자체의 복지 예산이 대폭 증가해 복지 사각지대 취약계층의 기본적인 생활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도 성과다.
반면에 아쉬운 부분도 있다. 변하지 않는 일부 중앙정치인들의 행태다.
예컨대 중앙부처와 국회의원은 국가발전과 미래성장, 외교안보 등을 고민하고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을 하고 지역에 관계된 것은 시·구의원이나 구청에서 하면 된다. 서로 도울 건 돕고 협력할 건 협력하면 되는데 과도한 개입은 지방자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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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전경. 사진=영등포구 |
■올해를 '젊은 영등포'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표하셨다. 구체적으로 어떤 청사진인지.
- 영등포는 낡고 오래된 도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제 탈바꿈시킬 때가 왔다. 그런 계기가 몇 가지 있다.
120년 동안 영등포를 둘로 나눴던 경부선 철도를 지하화하는 특별법이 지난 1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영등포가 하나되는 발판이 마련됐다. 그간 발전을 가로막았던 부분이 해소된 것이다.
또 서울 시내 준공업지역의 25%가 영등포에 있다. 이런 도시관리계획 용도지역이 정해진 게 60년 정도 됐다. 오래되고 낡은 규제를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하는데 준공업지역 용적률을 400%까지 완화하는 조례가 최근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이를 토대로 4차산업 및 대기업 R&D센터를 유치하고 직주근접 일자리 도시로 성장시킬 것이다.
1960년대 모습 그대로의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1300여개 업체 전체를 서울 외곽 지역이나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중앙부처와 서울시, 경기도 등과 계속 협의 중이다. 그 자리에 최첨단 스마트밸리를 조성하고 구립 문래 예술의전당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러한 구상이 구현되면 영등포는 완전히 새로운 젊은 이미지로 재탄생해 서남권 최고의 명품 도시로 도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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