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밸런싱 첫 단추는 '에너지 기업 합병'

소미연 기자 / 2024-07-17 16:56:06
SK이노베이션-SK E&S 이사회서 합병안 논의…합병 비율 관건
양사 최대주주 SK㈜도 18일 이사회 개최 예정…리밸런싱 속도
▲SK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SK

[CWN 소미연 기자] SK그룹의 에너지 계열사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7일 열린 양사의 임시이사회 안건이 합병 관련 내용으로 알려지면서 합병 여부보다 합병 방식에 관심이 쏠렸다. 여기에 양사 최대주주인 SK㈜가 18일 이사회를 열어 합병안을 논의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합병 추진에 무게가 실렸다. 양사 합병이 최종 확정되면 오는 11월 '공룡 에너지 기업' 탄생과 함께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리밸런싱(구조조정)의 첫 성과로 기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9개를 보유한 국내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등 석유 기반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 77조2900억원, 영업이익 1조9000억원을 거뒀다. SK E&S는 수소, 신재생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도시가스 사업 등을 영위하는 종합 에너지 기업이다.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돌파에 성공하면서 그룹 내에서도 현금 창출력이 높은 '캐시카우'로 평가된다. 합병 회사의 자산 규모는 106조원, 연 매출 규모는 90조원에 육박한다.

합병안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에너지 사업의 시너지 강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온의 자금난 해소가 기대 효과다. 합병 방식은 '수평적' 통합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양사의 기존 조직과 사업을 유지하는 사내독립기업(CIC) 체제 구축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SK E&S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수익 구조를 계승하기에 최적의 합병 방안이라는 것이다. 관건은 합병 비율이다. 이를테면, SK이노베이션의 주당순자산가치(BPS)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1대 1.3이 되지만, 기준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1대 2.7이 된다.

변수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다. KKR은 SK E&S의 투자자인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3조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유하고 있다. 만기 때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함께 쥐고 있다. SK E&S로선 이번 합병에 대한 KKR의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 없이 합병을 강행할 경우 만기를 앞두고 투자금 상환을 요구받을 수 있다. 이 경우 현금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합병 실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KKR 설득을 위해 합병 과정에서 SK E&S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데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문제는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의 반발 가능성과 '불공정 합병' 논란이다. SK E&S의 지분 가치를 높게 평가할수록 SK이노베이션의 지분 가치 하락이 불가피한데다 최대주주인 SK㈜의 합병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커지면서 가치 평가가 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SK㈜는 3월 말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 36.22%, SK E&S 9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재계에선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비율이 1대 2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7일 종가 기준으로 11만9700원이다. 이날 합병안 논의 소식에 전 거래일보다 약 4% 올랐다. 비상장사인 SK E&S는 2021년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 409만주(1주당 58만6182원)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29만3091원으로 계산된다. 양사 합병 비율이 1대 2로 정해지면 SK㈜와 KKR의 신설 회사 지분율이 1대 1 비율 합병 때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CWN 소미연 기자
pink2542@cwn.kr


[ⓒ CWN(CHANGE WITH 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소미연 기자

소미연 기자 / 산업1부 차장

재계/전자전기/디스플레이/반도체/배터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뉴스댓글 >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