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인적분할로 사업 고도화…'달탐사' 우주기업 도약
지금으로부터 43년 전이다. 화약 사업을 토대로 국가 기간 산업을 견인해 온 '다이너마이트 김' 현암(玄岩)이 지병으로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그의 장남이 29세 나이로 총수 자리에 올랐다. 젊은 총수는 타고난 승부사였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국내 재계 순위 7위, '100조 클럽' 입성이 대표 사례다. 실제 자산 규모는 1981년 7548억원에서 2024년 112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약 150배 성장을 일군 셈이다. 1세대 창업에 이은 2세대 성장 스토리가 '승어부(勝於父)'로 평가되는 배경이다. 스토리 주인공인 부자(父子)는 한화그룹 창업주 고(故) 김종희 선대회장과 김승연 회장이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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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3월 29일 방문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R&D 캠퍼스는 발사체 전 분야의 개발 수행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발사체 개발센터다. 사진=한화 |
[CWN 소미연 기자] 한화그룹의 미래 전략은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모태 사업인 방산과 캐시카우로 부상한 태양광 및 청정수소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부문을 강화하는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주항공과 로봇 부문을 전략 사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컨트롤 타워 역할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그가 미래 사업 성과를 발판으로 경영권 승계의 8부 능선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망은 밝다. 한화오션 출범을 계기로 육해공 통합 방산 시스템을 갖춘 상태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하 한화에어로)의 차세대 발사체 사업 단독협상자 선정으로 '뉴 스페이스' 시대를 견인할 주도권을 잡았다. 이로써 김 회장의 오랜 숙원인 '한국판 록히드마틴' 실현을 위한 채비를 모두 마쳤다. 미국 방산 기업인 록히드 마틴은 세계 최대 항공우주·방위사업체로 불린다. 글로벌 시장에서 30위권을 오가는 한화그룹은 오는 2025년 매출 12조원 달성, 2030년 10위권 도약을 목표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김 회장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올해 현장경영을 재개하면서 상반기에만 두 차례에 걸쳐 한화에어로를 찾았다. 지난 3월 29일 대전 R&D 캠퍼스를 방문해 "한화의 우주를 향한 도전은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라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스스로 혁신해 글로벌 챔피언이 되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고, 5월 20일 창업사업장을 방문해선 경영 현황과 시장 개척 전략을 보고 받은 뒤 '그레이트 챌린저(Great Challenger)'로서 선제적 미래 준비를 당부했다.
한화에어로는 다시 한번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선다. 신설 법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에 자회사인 한화비전(AI 솔루션), 한화정밀기계(차세대 반도체 장비)를 떼어주는 인적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기존 법인인 한화에어로가 지배한다. 각 기업의 정체성 강화, 주주가치 제고가 이번 재편의 목표다. 오는 9월 인적분할이 마무리되면 한화에어로는 우주항공과 방산 사업 고도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한화디펜스, ㈜한화 방산부문을 흡수 합병하며 그룹의 방산 역량을 한데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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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체 제조 시설 '스페이스 허브 발사체 제작센터' 조감도. 약 500억원이 투자돼 6만㎡(1만8000평)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사진=한화에어로 |
방산 포트폴리오 강화와 함께 우주 사업도 속도전에 돌입한다. 내년 하반기 발사를 앞둔 누리호 4차 체계종합기업이 바로 한화에어로다. 2022년 10월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과 함께 발사체 제작 및 발사운용 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4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가 직접 제작을 총괄한 엔진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후에도 2026년 5차, 2027년 6차 발사를 주도하며 역량을 강화한다. 이를 기반으로 누리호(KSLV-Ⅱ) 뒤를 잇는 차세대 발사체(KSLV-Ⅲ) 개발에 도전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는 정부 발주의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에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항우연과 함께 달 탐사를 준비하게 된다. 이번 사업은 국가 우주 개발 로드맵의 일환으로, 총 세 차례 발사를 통해 오는 2032년 달 착륙선을 보내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달 탐사에 이어 2045년 화성 탐사, 2050년 유인수송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여기에 한화에어로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인공위성뿐 아니라 각종 탐사용 물자를 우주로 보내는 '우주 수송' 사업을 구상 중이다.
밸류체인 구축에 자회사인 한화시스템과 쎄트렉아이가 동원된다. 두 회사는 인공위성을 통한 위성체 및 위성서비스를 맡는다. 향후 우주자원활용, 소행성 및 달 탐사 등 우주 탐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다. 그간 우주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집행된 누적 투자금만 약 9000억원에 이른다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우주 사업 총괄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 팀장을 맡아 사령탑 역할을 해온 책임자가 그룹 후계자로 불리는 김 부회장이다. 현재 한화에어로는 약 5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순천에 우주발사체 단조립장을 건설 중이다.
CWN 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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